[서평] 너의 시간이 다하더라도
개는 네발로 온 스승
집 나온 강아지에게 주인을 찾아주고 싶어 동네 어플에 제보하고, 별생각 없던 유기 동물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보탬을 내어주려고 한다.
불쌍한 동물들을 가엾게 여기면서 내 안의 선함을 발견하게 해준 존재는 내 반려견이다.나는 처음부터 동물을, 강아지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작은 고양이나 강아지도 무서웠고 반려동물에게 가족의 호칭을 붙이고 애지중지 하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였다. 그런 내가 이제 유난을 떤다. 강아지를 소중한 아기처럼 유모차에 태우고, 저녁이면 따뜻한 침대에서 재운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조건 없이 사랑하게 되고 또 그만큼 사랑받는 경험은 사람을 변하게 했다.
자신보다 가족들을 사랑하는 강아지가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너는 왜 포도(반려견 이름)를 그렇게 싸서 키웠냐’ 고 할 정도로 포도를 외롭게 한 적이 없다. 내 것을 포기하면서도 외롭지 않게 함께 해줬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지만 이 작은 개의 입장은 또 모를 일이다. 나에게는 집 밖의 세상이 있고 그것들로 인해서 포도가 쓸쓸하고 불안했던 시간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반려동물의 존재가 당연하고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질 수록 두려움이 커진다. 아픈 노견이나 노묘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보면 (물론 그 분들은 행복하겠지만,,)감히 그 속이 때때로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존경심까지 들 만큼 반려동물의 나이듦이란건 이상한 것이다.
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왜 얘는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일 때 나에게 오지 않고 아무것도 아닐 때 온 걸까? 포도가 어린 강아지였을 때 알던 그때 그 어린 개들은 지금 다 어디 갔을까? 그때 그 주인들은 반려견들의 마지막을 함께 해줄까?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 이렇게 항상 걱정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만 포도는 항상 한결같이 온화하고 걱정없이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만큼인지는 모른다. 불확실한 불안감 속에서도 나는 내 강아지를 끝까지 사랑할 테니 내 강아지도 내 옆에서 강아지답게 그저 다정하게, 기어이 오래 살아주길 바란다.
작가 소개
김유민
지금은 별이 된 남동생 복실이 (2001.5.5~2021.5.4)의 보호자. 버려진 기억에 마음이 아픈 행복이를 새 가족으로 맞이했다.
김유민의 노견 일기
인스타그램: @alddogdairy
블로그 http://blog.naver.com/y_mint
서울신문 https://m.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old_pet_diary&cp=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