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1954)
시인,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지은이 최승호는 강원도 춘천 출신 시인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1977년 등단했습니다. 2009년 화제가 된 "시인도 본인 시 문제 다 틀렸다"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인 '북어', ‘대설주의보’, ‘아마존 수족관’ 등이 모의평가에 나왔는데, 최승호 시인은 자신이 지은 시의 출제 문제를 모두 틀렸습니다.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 중 하나로 여겨지는 해프닝입니다.
<대표작: 대설주의보>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어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눈사람 자살 사건-
어른을 위한 우화집
<눈사람 자살 사건>에 나오는 우화들은 대개 짧고 시니컬합니다. 이 책은 오랫동안 절판되었던 책 <황금털 사자, (1997)>를 제목을 바꿔 2019년 다시 낸 것이며, 수록된 부분적으로 수정하였습니다.
다음은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하며 충격적인 단편 우화 ‘눈사람 자살 사건’입니다.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오랫동안 춥게 살지 않았는가
저는 이 자살이 우울한 죽음이 아니라 존엄사, 또는 안락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눈사람은 봄이 오면 사라질 운명이라은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죽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녹아서 흙투성이로 더럽혀지고 흉하게 죽고 싶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 밖에도 짧은 시인지 단편 소설인지 모를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우울하고 속뜻이 있는 우화들입니다. 제가 경험과 배움이 짧아서인지 이해가 안 되는 작품도 있어서.. 나이를 좀 더 먹고 다시 읽어볼 생각입니다.(ㅎ) 요즘 스타일의 ‘괜찮아. 억지로 힘내지 마. 가볍게 살아.’ 식의 에세이보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는 책입니다. 그렇지만 금방 읽을 수 있고 재미도 있으니 한번 보셔도 후회는 안 하실 것 같네요 #책추천
명화 삽화
어떤 기준으로 삽화를 고르신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의 작품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page 20,83,138)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해 보고 분위기에 끌리면서도 끝내는 알쏭 달쏭하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기본 정보
- 출판사: (주)달아실출판사
- 지은이: 최승호 1997, 2019
- 발행인: 윤미소
- 아트 에디팅: 박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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