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 씨
2005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 씨’ 각본을 2016년에 책으로 엮어 출판한 것입니다.
이 독후감은 영화를 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전제되어 있으므로 다소 불친절할 수 있습니다.
각본집과 영화와 다른 장면이 조금씩 있습니다. 각본을 수정해 영화가 탄생한 게 아니라 영화가 개봉한 약 10년 후 각본집이 출판됐습니다. 디테일한 부분이 좀 다르지만 장면 하나하나 눈에 그리듯 간결하고 가독성 있는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20P의 짧은 산문집 두께이며 몰입해서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영화상 편집된 부분을 확장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너무 얇은 책에 괜한 기대감이었는지 정직하게 아는 장면만 나왔다는 것입니다.
복수의 대상 백한상의 과거 서사나, 피해아동들 유가족들의 배경에 대한 부분이 기술되어 있지 않을까 했지만 없고요.
그 부분을 알려면 또 친절한 금자 씨 책이 있어요. 현재는 절판되어 중고로 구해야 하는데 중고책 가격이 더 비쌉니다. 하나 빠지면 끝을 봐야 해서 이것도 사서 보려다가 그 정도 오타쿠는 아니고 싶어서 안 샀습니다.
좋은 유괴와 나쁜 유괴
보통의 상식으로는 유괴와 ‘좋은 의도’라는 두 단어가 동시에 한 문장에 들어간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 전작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등장인물이 좋은 유괴와 나쁜 유괴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
부잣집 아이를 유괴해서 잘 돌봐주고 돈만 받아서 돌려주면, 잘 살던 집에 그 정도 액수를 요구해도 망하는 것 아니고, 며칠 속이 타겠지만 극적인 재회로 인해 더 화목해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백 선생(백한상)은 아이를 귀찮아해서 협박용 비디오를 찍은 후에 아이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살인이 들통난 뒤에도 어리고 보호받을 곳 없는 미혼모 이금자를 협박해 죄를 뒤집어씌운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금자는 13년 동안 복역했습니다. 그녀가 낳은 아기 제니와도 강제로 떨어져 해외 입양을 보내야 했습니다.
원모
유가족 부모들과 백한상을 죽여 파묻고 온 후에야 금자는 집에 돌아와 붉은 눈화장을 지웁니다. 바로 그때, 드디어 그렇게나 보고 싶던 원모의 유령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원모는 그날 어린이의 모습으로 금자의 앞에 쪼그려 앉아서 말없이 연기만 뿜으면서 담배를 피웁니다. 금자는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원모를 애타게 쳐다보면서 뭔가 말하고 싶어 합니다.
원모야, 내가...
영화에서는 갑자기 청년으로 변한 원모가 말하려는 금자의 입에 재갈을 물립니다.
각본집에서는 말없이 담배를 비벼끈 청년 원모가 금자를 딱하게 응시하다가 사라집니다.
>>어느 쪽이든 금자는 원모에게 사과하지 못했으며 간절히 원하던 구원을 얻지 못했습니다.
결말
마지막 장면에서 금자는 제니에게 하얀 두부모양의 생크림 케이크를 내밉니다.
be white.. live white.. like this..
딸 제니는 손가락으로 케이크를 찍어 금자도 먹어보라고 합니다.
you too.(엄마두..)
그러나 구원받지 못한 금자는 차마 그것을 받아먹지 못하고 케이크에 얼굴을 스스로 파묻죠. 이게 영화의 결말입니다.
하지만 각본집에서는 금자가 제니의 손가락에 묻은 생크림을 빨아먹습니다. 그리고 눈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끝납니다.
more white,,
영화가 조금씩 더 폭력적인 것 같아요. 하지만 확실히 제니는 엄마를 용서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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