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별
프롤로그
안녕이란 말은 두 개의 각기 다른 상황에 쓰인다.
이 책에 쓰인 안녕(bye) 은 이별의 말이다.
안녕. 유아용 그림책이라고 하기엔 내 딴에는 애기들이 봐도 되나 싶게 슬프고 너무 먹먹하고 심오한 이별에 관한 내용이다. 그렇지만 색감도 예쁘고 개와 분홍 소시지 , 폭탄 아이 같은 등장 인물에 대한 설정은 귀엽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이다.
소시지 할아버지
소시지 할아버지도 물론 처음부터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아기 소시지로 태어나서 오랫동안 쭈욱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같이 나이가 들어가며 아기는 할아버지가 되었고 엄마는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텅 빈 집에 혼자 남겨졌다.
고립
엄마와 무릎을 베고 눕던 그때가 그리워서 소시지 할아버지는 곰인형을 들였다. 엄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인형의 무릎을 베고 누웠지만 사실은 그 누구와의 교류도 없이 고립된 모습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시지 할아버지는 개를 만나게 된다. 애완용의 파는 상품으로 진열되어 있던 개는 이제 유행이 지나서 아무나 가져가도 되는 처지가 되어 버려졌다. 아무도 강아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고 데려가 주지도 않았다. 외롭게 비를 맞던 개가 눈에 밟혀서 소시지 할아버지가 오토바이를 태워 집으로 데려왔다.
돌봄
막상 강아지를 데려왔지만 집 안에 들이지는 않았다. 말랑하고 맛있어 보이는 몸을 강아지가 먹어버릴 것 같았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우주복을 사서 부드러운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입었고,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개를 마당에 묶어두었다. 그러자 이웃집 아이들이 담 너머로 개에게 못된 장난을 쳤다. 괴롭힘 당하던 개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안고 자던 할아버지는 귀여운 강아지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이젠 우주복을 벗고 맨몸으로도 집안에 함께 있을 수 있다. 엄마와 함께 눕던 소파에는 개를 앉혔다.
또 다른 죽음
시간이 더 흘러 소시지 할아버지도 죽음을 맞이했고 집에는 개 혼자 남았다. 할아버지는 생전 살던 별에 남은 사랑하던 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으로 찾아갔다.
내 개를 보여달라고.
개는 소시지 할아버지 없는 집 밖을 빠져 나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가엾게도 누구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누구의 친구도 되지 못했다. 혼자 떠돌던 개에게 다가온 것은 폭탄 아이와 불이었다.
악의 없이 지나가기만 해도 마을에 불을 내는 개의 친구들 때문에 지켜보는 할아버지는 마음을 졸였다.
개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으로 친구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불은 소시지 할아버지의 우주복 헬멧을 찾아 써서 집 안에 불길이 옮겨 붙지 않게 했고, 개는 폭탄 아이의 심지를 혀로 핥아 껐다. 소파에 사이좋게 엉켜 잠든 모습을 보면서 소시지 할아버지는 안도한다.
후기
최근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냥 죽음 이후의 세계가 있다면 이랬으면 좋겠다.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누군가 내 강아지를 다정하게 지켜주고 외롭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아직 혼자 애도할 시간이 필요하실 것 같아서 다짜고짜 이런걸 선물하기 조심스럽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든 사후세계 중에 가장 동화적이고 따뜻하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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