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수영장
해마다 여름이 돌아오고 햇볕도 뜨거워지면 수박 수영장 개장을 한다. 우선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성큼성큼 반으로 나눈 잘 익은 수박 안에 들어가서 까만 씨를 치우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버스 가득 몰려온 아이들, 뒤이어 온 마을 사람들도 수영장에 전부 뛰어든다. 모두가 무늬가 알록달록한 수영복 차림으로 몰려와 놀며 즐거워한다. 성별과 연령, 장애 유무 상관없이 수박 과육을 사각사각 밟고 빨간 즙을 첨벙첨벙 튀기는 모습이 마치 워터밤이나 토마토 축제를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수박 수영장은 전 연령을 위한 건전한 놀이터이다.
햇빛이 점점 뜨거워지고 더워지면 비숑을 닮은 구름 장수가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온다. 저마다 구름 장수가 파는 구름 양산을 사서 쓰고 먹구름 샤워를 하면서 섞여 놀다 보니 어느새 단풍이 진다.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마지막 아이마저 돌아가면 수영장도 내년을 기약하며 문을 닫는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껍질만 남은 수박과 숟가락들만 남았다.
안녕달
(집에 애도 없는 어른이지만 작가님 좋아합니다.)
안녕달 작가에게 빠져들면서 소소하게 책을 하나씩 사 모으다가 뒤늦게야 대표작인 수박 수영장을 보게 되었다. 사실 어른이 보자니 작가의 책 카테고리는 대놓고 영유아 그림책인데 글씨도 별로 없다. 세련되거나 화려하게 기교가 특출 난 그림체도 아니고 전래동화같이 권선징악을 다루지도 않는다. 필사적인 모성이나 친구와의, 반려동물과의 이별, 혹은 늙음과 죽음같은 약간은 어두운 내용도 있다. 그림책의 주제가 꼭 정형화되고 쾌활한 아이다움이 아니라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러니 그중에서 수박 수영장은 밝은 내용이라고 할 수있다. 작중 등장인물도 많고 사용한 컬러도 알록달록하면서 표정과 옷의 무늬도 많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있다. 애 어른할거 없이 별안간 우르르 실컷 몰려와서 섞여 놀고는 내년 여름에도 함께해요!..
귀엽지 않은가. 왜 아이들에게 인기 도서인지 알 것 같다. 글을 몰라도 그림만 보고 골라와서 읽어달라고 할 것 같다. 책을 덮으면서 나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단 연령층 상관없이 장애가 있는 아이(휠체어)도 아무 문제없이 어울려 논다거나 수박 수영장이 사실은 이웃이 모여 수박을 먹는 장면이라는 것 등 아이가 그냥 넘겨 버리거나 이해하지 못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보호자가 함께 보면서 설명을 해주는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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