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끝
End of Animal, 2011
난 진심으로 니가 무사했으면 좋겠어.
왜냐면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니까.
그렇다고 내가
어항 속에 손을 넣어서까지 챙겨주진 않아.
생전 그런 적이 없어.
‘늑대소년’, ‘승리호’ 등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영화 분위기는 스산하고 나쁜 사람들만 나오며 종말스러운 배경도 불쾌하지만 주연 배우 분들이 좋아서 몇 번씩이나 끝까지 다 보곤 합니다. 캐스팅 계획에 없던 배우 박해일 님이 시나리오만 보고 무보수로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영화 자체는 제작비가 1억을 넘지 않는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장르는 일종의 재난물이라고 볼 수 있지만 종교적 색채가 짙기 때문에 sf로 분류되진 않습니다.
인물 정보
- 감독: 조성희
- 순영: 이민지
- 야구 모자: 박해일
- 자전거 남: 유승목
- 소년: 박세종
- 택시 기사: 김영호
- 커플 여: 이민아
- 커플 남: 이민웅
줄거리
순영은 아이를 낳으러 엄마가 계신 고향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녀를 태운 택시는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웬 야구 모자를 쓴 남자가 택시를 멈춰 세우더니 앞자리에 탑니다. 그는 곧 택시 기사의 가족 관계부터 그의 원조 교제 경험까지 과거를 줄줄 뀁니다. 그러더니 곧 전기가 나가고 하늘에서는 천사들이 내려올 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합니다. 남자가 카운트를 세고 순영은 정신을 잃습니다.
눈을 떠보니 차 안엔 순영 혼자였습니다. 택시 기사는 곧 돌아올 테니 기다리라는 메모를 남겨두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핸드폰도 안되고 차 밖에서는 어떤 짐승인지 괴물인지 모를 것의 울음소리도 들립니다. 그때 무전기에서 아까 그 야구 모자를 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차 안에 꼼짝 말고 있으라는 말을 무시하고 순영은 아무도 없는 마을을 향해 걸어갑니다.
순영은 혼자 있는 어린 소년을 발견합니다. 이 아이는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약하고 불쌍한 척합니다. 그러나 임산부에 힘도 없어보이는 순영은 얕잡아 보고 함부로 대하는 인물입니다.
순영은 아이를 데리고 함께 걷습니다. 길을 걷다가 웬 커플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들은 멈춘 승용차에 타고 있었는데, 이제 차를 몰 수 없고 전기도 통화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만만해 보이는 순영에게 함부로 대합니다. 순영의 신발과 쓸모 있어 보이는 물건들을 빼앗습니다.
야구 모자만은 순영을 도와주려고 합니다. 무전기로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지만 순영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야구 모자를 쓴 자는 신으로 설정되어 있는데도 순영은 신의 말에 신용을 느끼지 않습니다.
말 안 듣는 순영은 맨발로 기어코 걷다가 병 조각에 찔려 다치게 됩니다. 피가 철철 나면서도 소년과 동행하는 모양새가.. 아마 자신도 아이를 임신한 상태고..어쨌든 ‘나는 어른이고 ^ㅏ가지 없긴 해도 쟤는 어린애’ 라는 생각에 책임지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속 걷던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탄 중년 남자와 마주치게 됩니다.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착한 사람을 만난 걸까요?
자전거남은 뒷자리에 한 사람을 태울 수 있습니다. 그러자 순영은 ‘그럼 쟤 말고 나를 태워서 휴게소에 가달라’고 태도를 바꾸어 떼를 썼습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던 순영은 이제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여태 사람들은 착하고 온순한 순영을 깔보기만 했으며 함부로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소년은 혼자 길에 남겨집니다.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가던 순영은 힘이 빠져 정신을 잃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꿈인듯한 회상 신이 나옵니다.
순영은 집에서 혼자 tv를 보다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채널을 돌리는 기척에 깨어납니다. 그 사람의 정체는 야구모자(신)였습니다. 그는 순영에게 다가옵니다.
“가"라고 한 글자만 말하면 나는 갈 거야. 갈까?...나 어때?
그 유혹을 받아들인 순영이 신의 아이를 잉태하게 된 것입니다.
순영은 낯선 집에서 깨어납니다. 자전거남이 애초에 순영을 태우고 향한 곳은 휴게소가 아나라 자신의 집이었습니다. 그는 순영을 겁탈하려고 했지만 임산부인 걸 알고 이번에는 애걸복걸합니다.
나랑 한 번만 해줘요. 안 되겠죠? 애도 있는데..
그럼 입으로 해줘요. 이 동네 아무도 없어요.
그것도 싫으면 손으로 해줘요.
순영은 기를 쓰고 가위로 남자를 찔러 공격한 뒤 집을 뛰쳐나와 도망칩니다. 다리도 다치고 이젠 제정신도 아닌 데다가 배도 고파진 그녀는 길가에 어슬렁거리던 들개를 잡아 드럼통에 넣고 구워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 개는 아까 만난 아이가 기르던 강아지입니다. 후에 아이가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합니다.
순영은 차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 택시 기사를 만나게 됩니다. 기사는 순영에게 자신의 집으로 같이 가자고 하였고 순영은 거절합니다. 그러면서 원조 교제를 한 사람의 말은 못 믿겠다고 했더니 택시 기사는 화를 내며 혼자 가버렸습니다.
한편 자전거남도 총을 들고 순영을 찾아다닙니다. 그는 곧 순영을 찾아냈고 그녀를 위협해서 다시 집으로 데려가려 합니다.
야구모자를 쓴 남자. 신이 나타납니다.
신은 총을 든 남자로부터 순영을 구해줬습니다. 이번에도 말만으로 자전거남을 굴복시킵니다.
그..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뭐 니가 아무리 못생기고
아버지 없이 자라서 막돼먹고
뭐 잘하는것 별로 없고
몸에서 막 냄새나고 ..어?
돈도 없이 풍걸린 엄마 똥 오줌 받느라고
그 나이 먹도록 연애도 한번 못해보고 어?
맨날 그 자위나 한다고 그게..뭐 그런다고
그게 내 탓이냐 어?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진 순영은 눈 쌓인 길에서 홀로 아기를 낳게 됩니다.
출산을 마친 그녀에게 신은 ‘이제 다 끝났다’며 소원을 말하라고 하고는 아기만 데리고 가버립니다.
end
신은 처음부터 사다리 타기로 자신의 아이(메시아) 낳을 사람을 정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배신하고 속였으며 순진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던 순영도 끝내 강아지를 잡아먹었습니다. 세상과 모든 것이 단절된 이곳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본성을 드러내고 짐승이 되어버립니다.
사랑해. 내가 도와줄게. 응? 괜찮아. 이리와
신은 모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인간에게 별로 관심도 없습니다. 인간도 신에게 어떠한 응답을 기대하는 게 일반적인데 야구 모자의 메시지는 순영에게 어떠한 확신도 주지 못합니다. 순영이는 그날 밤 그때 “가”라고 했어야 합니다.
아무튼 불쾌하지만 그런대로 재밌게 봤습니다.
영화 정보
- 개봉: 2011.03.17
- 장르: 공포/미스터리/판타지/스릴러
-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 러닝타임: 114분
수상 내역
- 2010 7회 두바이 국제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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